AM 02:16 시작
안녕!
꽤나 오랜만이지?
요새 왜 이렇게 글을 안 썼지? 딱히 이유는 없는데.
오지 않았던 시간 동안 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힘들진 않았나 보다 싶다. 그리고 뭔가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간 느낌도 들고.
티스토리도 네이버처럼 #오블완 챌린지라는 게 생겼다. 참여한 날짜가 많을수록 좋은 경품을 탈 확률이 올라가나 보다. 목요일부터 시작한 거 같은데 오늘은 월요일이네. ^w^; 글 쓰지 않고 지나간 시간들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아쉽긴 하다.
어떻게 지냈을지 궁금한 사람이 있을 거 같기도 하고, 나 스스로 정리할 겸 얘기해 보려고 한다.
요 며칠 나는 새로운 사람들과 시간을 자주 보냈다.
한 명은 내가 취업 문제로 엄마와 크게 다투고 힘들 때 생각한 것보다 더 따뜻한 말들로 위로를 해 준 친구인데, '얘가 이렇게 다정한 애였나?' 하고 새삼 놀랐다. 그도 그럴 게, 그동안 장난하며 놀기만 했지, 딱히 그 애의 새로운 모습을 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평소에 대화는 종종 해 왔지만 정서적으로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는데, 그 일이 있고 난 후 사람을 좀 다시 봤다고 해야 하나. 원래 이렇게 주위 사람을 잘 챙기고 따뜻한 말을 해 주는 사람이었구나 싶더라. 하긴, 그렇게 큰 규모의 길드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챙기려면, 그러니까 그 수많은 사람들이 잘 따르는 길드장이려면 기본적으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어야겠지라는 생각도 든다. 나도 현실에서나 온라인에서나 리더 역할을 많이 해 봤기에 단 몇 명이 있더라도 그 사람들이 잘 지낼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중재하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가끔 그 친구가 대단해 보인다. 최근엔 길드 이벤트 연다고 몇백만 골드를 모으던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나 같으면 아무리 내 사람들 챙긴다고 해도, 몇십만 골드까지는 생각해 볼만 하지만 내 스펙업 하느라 바빠서 몇백만 골드는 투자하지 못할 것 같다. 그만큼 길드원들이 길드에서 좋은 추억을 쌓게끔 노력하는 거겠지. 내가 지금 볼 수 있는 건 단편적으로 길드 디코뿐이지만, 왜 그렇게 항상 디코에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화기애애한지 알 것 같다. 그리고 새롭게 안 사실. 그동안 아무 의심 없이 동갑인 줄만 알았는데 나보다 한 살 어리다더라. 그러면서 나한테서 그 호칭을 듣고 싶어한다는 게....... (대충 이마 짚는 짤) 사실 의미 안 두고 말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잘하면서 왜 이렇게 말하기가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요새 주변에 그렇게 부를 만한 사람이 거의 없었어서 그런가? 아, 이거 말하다 보니까 갑자기 생각났다. 저기요, 보고 계신가요? 소원으로 하루에 한 번 말해 주기로 한 거 잊어 버렸지, 몽총아.
이 친구는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 특히 공포 영화.
나도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평소에 이 영화 저 영화 많이 보는 이 친구에 비해 나는 안 본 공포 영화들이 너무 많아서, 괜찮은 공포 영화 한 편 같이 보려면 무조건 중복으로 한 번 더 보게 할 거 같아서 다른 장르의 영화를 같이 봤다. 곧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따뜻한 분위기의 영화를 보고 싶었기도 하고! 가볍게 보기 좋은 내용기도 하고, 사랑은 진정한 나를 보여 줄 때 이루어진다는 좋은 메시지도 담겨 있어서 보는 내내 기분 좋게, 재미있게 봤다. 가만 보면 나는 심오한 주제를 다루는 영화도 좋지만 이렇게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영화를 좀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영화를 다 보고 뭐 할까 하다가 그 친구가 좋아한다는 클래식 몇 곡을 함께 들었는데, 어릴 때부터 엄마 덕분에 클래식은 꽤 많이 들어 왔다고 생각했지만 처음 듣는 곡들도 많아서 흥미로웠다. 이 곡은 이래서 좋고, 이 곡은 이런 느낌이고, 작곡가가 어떤 생애를 보냈는지 등등 많은 설명을 해 주는데, 가만히 듣다가 괜히 웃음이 났다. 정말 많이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무언가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반짝반짝한 빛이 난다. 그 빛은 다른 어떠한 빛보다 예쁘고 아름답다. 클래식 좋아하는 사람이 주변에 흔하지 않아서 색다른 느낌이었다. 덕분에 관심이 조금 생겼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공연도 한번 보러 가 봐야지 생각했다. 아,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로스트아크 OST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난 로스트아크에서 보여 주는 음악들이 좋아서 평소에 가끔 길거리 다닐 때도 찾아서 듣는 편인데, 이 친구도 그렇다고 해서 솔직히 놀랐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이 봤어도 게임 속 음악을 이렇게 진지하게 좋아하고 깊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재미 삼아 로아 OST 이상형 월드컵도 하고, 간만에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나눠서 좋았다. 함께하는 시간이 빠르게 간다고 느껴졌다. 좋아하는 게 비슷하고, 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참 축복 받은 일이다.
은근히 여기저기 자주 아픈 것 같아서 그게 좀 걱정이다.
알아서 잘하겠지만, 그래도 몸 좀 잘 챙겼으면 좋겠다. 잠도 좀 잘 자고.
내 글을 본다고 했다. 잘 쓴다고, 재밌다고 하는 칭찬이 얼마나 듣기 좋던지.
오늘 글은 언제 볼지 모르겠지만, 평범한 하루의 특별한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최근에 알게 된 사람인데, 아직 이 사람에 대해 아는 게 많이 없어서 적어 내려 가는 게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내가 느끼기에 다정한 사람인 것 같다. 일단 아직 친하지 않은 사람을 위로해 주기 위해 시간을 쓰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말투가 일단 다정하고, 목소리가 참 좋은 사람이다. 언제 한번 성우를 준비했었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처음 목소리를 들었을 때 이 목소리라면 그럴 만하다 싶었다.
어제, 아니 그저께는 기분이 안 좋을 만한 경험을 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잔뜩 오는 오프 모임에 나가 봤는데-내 딴에는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이었다-적응을 못 하겠는 거다. 내 성격이 어디 가서 낯 가린다는 소리도 한 번도 안 들어 보고, 적응 꽤나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편인데도 그랬다.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도착해서 테이블 맨 끝쪽에 앉은 탓도 컸지만, 분위기 자체가 그랬다.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지만 공개적인 곳이라 모든 걸 적기가 조금 그렇네. 아무튼, 그래서 결국 집에 일이 있다는 핑계로 도착한 지 두 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나온 직후의 기분은 진짜......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너무 안 좋더라. 이런 적이 처음이었어서 혼자 대처하기가 어려웠다. 하필이면 왕복 시간도 길어서 집 가는 길이 더 힘겨웠다. 오후 열 시가 넘은 시간인데 지하철에 왜 그렇게 사람이 미어 터지는지. 혼자 구석에 앉아서 편하게 가고 싶다는 내 바람은 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있는데, 지금 내 처지가 갑자기 온갖 안 좋고 슬픈 감정으로 확 들이닥치는 거다. 그래서 찔끔 울었다. 물론 사람들이 많아서 티 안 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눈 비비는 척 눈물도 훔치면서. 그러나 '이런 내 상태를 혹시라도 누가 알아차리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무색하게도, 각자의 이유로 피곤하고 지친 사람들은 타인에게 그만한 관심이 없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삭막하게 변한 것만 같은 우리 사회가 조금은 싫었다. 물론 그 중에서 지금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에게 낑겨 조용히 훌쩍거리는 내가 제일 안타까웠지만.
그런 상태로 어찌저찌 집과 가까운 역에 잘 도착했다.
그런데 바로 집에 들어가기가 싫은 거다. 그때 시간이 아마 오전 열두 시쯤이었는데, 이 시간에 나와 있을 때가 얼마나 있겠냐 싶어 조금 걷다가 들어가기로 했다. 집 주변에 조금 큰 육교가 있다. 생각이 복잡하거나 힘들 때 가끔 그곳에 올라가 떠 있는 달 사진을 찍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다. 어제 들었던 노래는 이 노래인데, 가사를 보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우두커니 서서 세상을 가만히 내려다보면 비극은 언제나 발 뻗고 잘 때쯤 찾아온단다. 이 가사에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싶더라.
뜬금없이 뭐지 싶겠는데, 노래 듣다가 갑자기 찍고 싶어서 찍은 내 신발 사진이다.
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조명 때문에 밝아 보인다.
아무튼, 혼자 그렇게 청승 떨고 있는데 아까 그 사람-이야기하다 내 얘기로 틀었던 두 번째 사람-과 통화를 하게 됐다.
무던하지만 다정한 말투로 괜찮냐고 물어봐 주시고, 내 주변에 아무 생각 없이 좋은 기분으로 함께할 만한 사람은 많은 것 같으니 힘든 일 있을 때 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본인이 하겠다며 무슨 일 있으면 털어놓아도 좋다고 말씀하시는 게 참 좋은 분이구나 싶었다. 동시에 참 다정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도 했고. 다정한 사람은 좋다. 따뜻하고, 다정하고, 세심한 사람은 좋다. 항상 내가 주변인들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고, 그런 사람들을 옆에 많이 두고 싶기도 하다. 춥고 삭막한 세상에서 서로의 마음 난로가 되어 주면 좋잖아.
그렇게 한 시간 정도 통화를 하니 우울하고 가라앉았던 마음이 언제 그랬냐는 듯 가벼워졌다. 그 사람 덕분이다.
가깝지 않은 사람의 가라앉은 얘기를 잘 들어 주셔서 감사했고, 동시에 신기했다. 왜 이렇게 술술 잘 말하게 되는 걸까? 심지어 말하기 힘든 무거운 얘기조차 말이다. 함께 있으면 왠지 모르게 편안해지는 사람이다.
동시에 이런 일이 있었다 얘기하니 단 거 먹고 힘내라며 기프티콘 선물까지 준 그 친구 덕분이기도 하다.
또, 안 맞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며 담담하게 위로해 준 다른 친구 덕분이기도 하고,
그날의 이야기를 전부 들어 주고, 걱정해 주고, 항상 지켜보고 있다며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자신에게도 위로가 된다는 귀여운 이야기를 해 준, 참 오래된 소중하고 예쁜 그 친구 덕분이기도 하지.
주변에 이렇게 날 생각해 주는 좋은 사람들 투성이다.
어제는 힘든 내 감정이 커서 단순히 고맙기만 했는데, 오늘 적어 내려가다 보니 난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싶다.
날 위해 자신의 시간을 써 주고,
다정한 말을 해 주고,
작더라도 의미 있는 선물을 주고,
담담하지만 분명한 힘이 되는 위로를 해 주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위로가 된다는 말로 되려 웃음을 주는 이 사람들이 참 좋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모르겠다. 동시에 이런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는 나 역시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오늘은 여기서 글을 마무리한다.
11 월 11 일. 빼빼로데이다.
아까 지인에게 생각지도 못한 귀여운 빼빼로 선물을 받았다.
나의 내일이 안녕하기를 바라는 그 마음과 전달해 준 선물처럼 달짝지근한 당신의 오늘이 되기를.
각자 소중한 사람들에게 빼빼로보다 달콤한 말을 전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사람들 모두 사랑해.
잘 자.
내일은 더 행복하고 사랑 가득한 하루가 되자, 우리.
오늘은 여기까지.
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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