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06:44 시작
오랜만이다.
이유는, 내가 근래 너무 정신없게 하루하루를 보냈기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하루가 24 시간이 아니라 14 시간처럼 느껴진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참 다사다난한 인생이다. 쉴 틈 없고, 정신없지만,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다.
이게 사랑하는 나의 삶이다.
잘 맞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도통 속을 알 수 없었던 그 애와는 부러 거리를 뒀다. 나 자신을 위함이다.
아직도 이 결정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가 사랑하지 않는 것은 나를 상처 입힐 수 없다. 그리고 너 역시 그럴 것이다.
몇 개월 전, 상황이 서로 맞지 않아 연락을 끊었던 지인에게서 오랜만에 다시 연락이 왔다.
'히나, 잘 지내?' 담백한 인사.
알림을 보고 순간 잘못 본 줄 알았다. 그냥 그때 그렇게 끝났던 인연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놀란 감정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 뒤엔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잘 지냈는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잘 지낸 듯 했다. 같이 하던 사람과 관계를 그만둔 지 한 달 정도 되었다고 했다. 솔직히 처음엔 그래서 연락한 줄 알았다.
- 단순히 같이 게임할 사람이 필요해서.
그도 그럴 게, 찾아온 이유를 물어보니 '최근에 날 알아 가고 싶었다고 한 사람이 너 하나라 급하게 생각나서' 라고 대답했다.
솔직히 기분이 상했다. 내가 그렇게 쉬워 보이나? 어렵사리 연락해서 고작 그런 이유를 말한다고?
그래서 '그럼 딱히 내가 아니어도 생각이 났겠네' 라고 대답하니 그건 아니란다.
내가 자신을 대했던 태도가 먼저 생각난 게 아니라, 내가 잘 지낼까 먼저 생각이 났고, 그러다 보니 내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고.
나는 또 단순해서 그 말에 조금 풀렸다. 진짜 그런가? 하고. 근데 다시 되짚어 보니 아직 괘씸하다.
단순히 그런 이유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말한 거지? 좀 더 예쁘게 말할 수 있었잖아. 미워.
이거 보면 다시 예쁘고, 상냥하고, 더 솔직하게 얘기해 줘.
그때 내가 너무 고슴도치 상태였나. 그렇게 생각하기엔 당시 상황을 다시 생각하는 지금도 가시가 바짝바짝 서는 기분이다.
나는 말에 민감하다. 그게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 한 마디를 해도 예쁘게 하는 사람에게 약하다. 금방이라도 마음을 다 내어 줄 수 있을 것처럼 굴어 버린다.
그냥 내가 그런 사람이라 그렇다. 다정한 사람을 워낙 좋아하니까.
그럼에도 거짓된 다정을 말하는 사람은 싫다. 그리고 알아챌 수 있다. 난 바보가 아니니까.
그 외에도 말을 함부로 내뱉는 사람은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특히, 나를 무시하는 듯하게 말하거나 항상 부정적인 사람과는 절대 친해질 수 없다.
그렇게 그 사람과의 다시 시작된 인연은 아직까지 잘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게임도 같이 하게 됐다. 전엔 잠깐 맛보기처럼 들어서 몰랐는데, 그때의 기억보다 목소리가 더 좋더라.
완벽하게 내 취향의 목소리. 말투도 다정해서 들을 때마다 마음이 녹는 느낌이다.
다정이 뿌리를 내린 듯한 따스하고 포근한 말투. 내가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이 말하는 모든 말들이 감미로운 노랫말처럼 들린다.
자꾸만 속수무책으로 그 노래에 빠져든다. 반복 재생하고, 가사를 곱씹고, 웃음 짓게 된다.
선물 같은 사람이다.
본인이 힘든 감정보다 내가 힘들지 않은 게 더 중요하다 말하고, 내가 힘들고 지친다고 말한 것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동화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
이 따뜻하고 상냥한 마음에 내가 잘 보답할 수 있을까.
그러곤 싶지만 완전히 채워 주지 못할까 겁이 난다.
그래도 나는 나로서, 나답게, 그리고 완전하게 네 곁에 있을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앞으로 너와 함께할 모든 날들이 기대되는 아침이다.
고마워, 내게 와 줘서.
아낌없이 네 마음을 표현해 줘서.
밀어내려고 했음에도 손 내밀어 주고, 너의 슬픔을 내게 허락해 줘서 고마워.
어제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다.
영원한 건 없다지만 이렇게 빨리 떠나보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었다.
어떻게든 맞춰 주고 싶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나는 너의 욕심을 다 채워 줄 수 없었다.
너는 내게 소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너는 내가 다른 의미로 좋다고 했다.
깜짝 놀라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고백이었다.
떨리는 말투를 애써 숨기며 담담하게 마음을 내뱉는 모습이 고백도 너답게 한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나는 내가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나 보다.
그동안 눈치 없이 굴어 애달팠을 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 그날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역시, 너를 떠나보내고 이렇게 잠 못 든 나는 뜬눈으로 지샌 눈을 꿈뻑꿈뻑 깜빡이며 글을 쓴다.
너는 내 글을 참 좋아했는데.
오늘은 그런 너를 떠나보냈다는 내용의 글을 쓴다.
타자가 급격히 느려진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내가 잘못한 것만 같은 기분에 모든 감각이 무겁다.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언제나 곁에서 좋은 말만 해 주고, 예쁜 칭찬만 해 주고, 좋은 것만 보게 해 주고 싶었는데.
같이 언제나 함께하며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언제나처럼 슬플 때도, 힘들 때도, 기쁠 때도 옆에 있었으면 했는데.
그러나 나는 너의 마음에 답할 수가 없었어.
네 욕심을 다 채워 주겠다 말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였을까,
그 애는 이제 내가 불편한 듯했다.
마음 한구석이 시큰거렸다.
어쩔 수 없잖아.
당연한 순리인걸.
그때부터 너의 헤어질 결심이 시작된 듯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다음 날이 되어서도 어제와 마음이 똑같다는 네 말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헤어지게 되겠구나.
너는 나를 떠나게 되겠구나.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나를 이렇게 떠나는구나.
결국.
결국.
결국.
소중한 사람을 왜 이런 이유로 잃어야 할까.
왜 더 알아 갈 수 있었고,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사람과 결국 멀어졌으며,
왜, 왜 결국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 나를
떠나 버릴까.
왜 다 나를 떠나.
너마저 가는 거야?
너는 내가 가장 힘들 때 와서 힘이 되어 주고, 잔뜩 행복하게 해 줘 놓고는,
이제 내가 너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나를 떠나는구나.
가지 마.
가지 마.
그냥 내 옆에 있어 주면 안 될까.
내 옆에서 우리 같이 웃으면 안 될까.
서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가끔은 바보 같은 모습도 보고,
미운 짓도 해 보고,
그렇지만 결국은
내 곁에 있어 주면 안 될까.
좋아한다는 이유로 날 떠나지 마.
그게 뭐야, 대체.
난 너의 기대를 모두 충족시켜 줄 순 없지만, 그래도 나로서 완전하게 옆에 있을 순 있는데.
그건 싫어? 왜 싫어. 싫다고 말하지 마.
나를 너무 좋아해서 떠난다고 말하지 마.
나를 너무 좋아해서 네가 받을 상처가 두렵다고 날 떠나지 마.
나를 너무 좋아한다는 이유로 날 놓지 마.
차마 입 밖으로 나가지 못한 말들이 안에서 마구 돌아다니며 나를 괴롭힌다.
그렇지만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서,
하면 너를 더 괴롭게 할 뿐이라는 것을 알아서 그저 삼킨다.
- 그동안 고마웠어.
이 한마디로 너와의 시간들이 끝났다.
너는 그 수많은 감정과, 마음과, 시간과, 추억들을 바다속으로 던져 버렸다.
영영 내가 찾을 수 없도록.
잘 가.
나는 언젠가 그 바다 앞에서 밀려오는 파도에 잠기며 찾을 수 없는 이름을 부르짖겠지.
아프지 말고 잘 지내.
나도 그래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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