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22:31 시작
오늘도 안녕.
첫 글(비밀 글)을 제외하면 하늘이 어두울 때 글 쓰는 게 처음인 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아님 오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종일 돌아다닌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꼭 물 먹은 미역마냥 축 늘어져 있다. 눈꺼풀은 무겁고, 타자를 치는 손가락은 느리다. 생각 회로가 평소보다 0.25배속으로 돌아 가는 것 같다. 썩 유쾌하진 않다. 오늘 그래도, 미루던 방청소도 하고 겨울 대비 포근한 이불도 새로 깔았는데. 그리고 무려 오랜만에 밖에 다녀왔는데도. 다들 날이 쌀쌀해졌다고 해서 약간 쫄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더라. 샤워 한 직후라 더울 것 같아서 반팔에 청자켓 하나 걸치고 나갔는데 오히려 더웠다. 내가 유별난 건가. 대부분의 여자-그냥 내 편협한 편견일 수 있지만-들은 더위보단 추위를 잘 탄다던데 난 완전 반대다. 그런 주제에 면역력은 또 젬병이라 감기에도 취약하다. 집에만 있어서 그런가. 그런가가 아니라 맞겠지. 밖에 자주 나가야 병균이랑 싸울 힘이 생길 거 아냐. 말하다 보니 다 집에만 틀어 박혀 있는 내 잘못인 것만 같다. 더위를 많이 타는 것도, 툭하면 아파서 골골대는 것도 다 내가 자초한 일인 것만 같다. 아까 노래방 다녀올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우중충한지 모르겠다. 이 사실 자체가 조금 억울해서 괜히 눈 주위가 시큰거린다.
오늘 하루에 대해 뭘 적으려고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샤워하고 나와서 갑자기 밖을 나가고 싶었다. 오랜만에 채비를 하고 나갔다. 요새 내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좋아하는 노래들을 자주 듣다 보니 오랜만에 혼자 코인 노래방이 가고 싶어진 탓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노래방에 도착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첫곡을 불렀는데, 곡 선정을 잘못한 탓인지 바로 목이 나가 버려서 적지 않게 당황했다. 보통 한 곡만에 목이 이렇게 나간 적이 없다. 거기서부터 감정이 삐끗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간 노래방이라 잔뜩 기대한 만큼 첫곡만에 쉬어 버린 목이 원망스러웠다. 왜? 나 항상 비슷한 곡으로 시작했는데 왜 하필 오늘 이러는데. 그래도 몇 곡 부르다 보면 괜찮겠지.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생수도 한 병 사 왔다. 목 상태가 완전히 돌아온 건 아니었지만 예상했던 대로 어느 정도는 괜찮아졌다. 그래도 평소처럼 고음이 잘 올라가거나 높은 음을 올릴 때 수월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 오늘은 대부분 목에 힘을 빼고 발성해야 소리가 예쁘게 나오는 곡들로만 예약 리스트를 채웠다. 그렇게 선곡하니 아까까지는 듣기 싫었던 내 목소리가 좀 예뻐진 것도 같았다. 난 내가 노래할 때 나오는 목소리를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이런 가성이 많이 나오는 곡에서의 나의 음색이 좋다. 녹음한 것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파일을 올린다. 곡은 아이유의 가을 아침이다. 클릭하면 들을 수 있다. 초반 부분에 박자 실수한 게 있는데 귀엽게 봐 주기를... 들어 가는 박자가 은근 어렵더라. 시무룩. 아예 파일을 올리고 싶은데 티스토리는 그게 안 되나 보다. 덕분에 사클 계정도 처음 만들었다. 앞으로 종종 직접 부른 곡들을 올려 봐야겠다. 사실 두 곡 정도 더 있는데 천천히 풀고 싶다. 한 번에 다 들려 주면 재미없잖아.
가을 아침. 한때 많이 들었던 곡이다. 선곡한 이유는 노래 선물을 해 주고 싶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창 들을 당시에 불렀을 때는 나랑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고 느꼈었는데, 지금 들어 보니 꽤나 궁합이 좋은 것도 같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 내 노래를 듣는다면 어떤 의미로든 내 목소리가 당신의 마음을 움직였으면 좋겠다. 오늘 내 기분이랑 컨디션이 딱히 좋지 않으니 대신 주변 사람한테라도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항상 말하듯 그들의 행복이 곧 내 행복이기도 하니까.
노래 얘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각난 건데, 원래 내 꿈은 뮤지컬 배우였다. 뮤지컬 공연을 보고 있으면 벅차오르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관객이 아니라 무대 위의 배우가 되어 내가 공연을 보고 느꼈던 모든 감정들을 관객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그 당시 나는 고등학생 1학년이었고,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 꿈이랄 게 없었다. 그냥 남들처럼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하시니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궁극적인 목적이나 목표도 없이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데에만 힘썼다. 실제로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성적이 꽤나 상위권에 속했다. 그랬는데, 음.... 아. 이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고 싶다. 이루어지지 못한 과거의 꿈 얘기를 하려니 더 가라앉는 느낌이다. 이 글을 오늘 안에 업로드 해서 1일 1글의 목적을 이루고 싶기도 하고. 열 시 반에 쓰기 시작했는데 벌써 열한 시 삼십 분이다.
오늘은 딱히 좋은 얘기를 하지도 못했고, 평소처럼 명랑하지도 못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노력 중이긴 한데... 딱히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든다. 이게 다 잠을 못 자서 그래. 불면이라는 친구는 언제쯤 나와 덜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어할지 잘 모르겠다. 몇 년 동안 붙어 있었으니 이젠 좀 멀어지고 싶다. 알아서 떨어져 주면 좋겠지만 그럴 리가 없으니 결국은 내가 노력해야 한다. 쓰고 있는 글 업로드하고 바로 자려고 해 봐야겠다. 그동안 너무 패턴이 돌아가 있었어서 힘들긴 했다. 건강도 안 좋아지는 것 같고. 아, 자꾸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부정적인 말만 늘어 놓는 느낌이라 별로다 싶다가도, 생각해 보면 감정이란 건 언제 어디서 바뀔지 모르니 딱히 내 잘못도 아니지 않을까 싶다. 애초에 내 감정을 적는 감정 일기이기도 하고. 내 탓 그만하자. 그럴 수도 있지, 뭘. 난 잘못한 거 없다. 그냥 잠을 못 자서 그렇다. 내일이면 또 괜찮아질 거다. 그래도 오늘 미뤘던 청소도 하고, 하고 싶었던 것도 하러 밖으로 나갔고, 좋아하는 노래 들으면서 밤 거리 산책도 했다. 충분히 잘했다. 솔직히 칭찬해야 한다. 그깟 감정 좀 가라앉고 우울한 게 뭐 어때서. 심지어 오늘 글 쓰는 것도 안 미루고 1일 1글 하고 있잖아. 뭐야, 나열해서 말하고 보니 난 정말 잘못한 게 없다. 오히려 칭찬해 줘야 마땅함. 기특하고 대견한 나. 오늘도 잘했어. 이제 발 뻗고 자자. 항상 그랬듯이 결국 내일의 나는 행복할 거니까.
마치기 전에, 사실 어제 올리려고 했던 시 하나를 첨부한다.
11 월은 내 생일이 있는 달이다.
좋아하는 계절인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달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러모로 좋아하고 있다.
겨울이 다가와 하루 중 태양이 머무는 시간이 짧아졌으니, 내가 그만큼 밝게 빛나 따뜻한 사람이 되어 내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도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다정한 시선으로 하루 하루 내 감정을 읽어 주는 당신의 하루는 어땠을지 궁금하네.
오늘도 와 줘서 고마워요.
예쁜 꿈 꾸자, 우리.
오늘은 여기까지.
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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