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05:45 시작
아.
살쪘다.
요새 살 만한가 보다. 쭉쭉 빠지던 살이 다시 붙고 있다.
좋으면서도 싫은 기분이다.
다시 관리해야겠다. 요 며칠 야식이랑 단 걸 많이 먹긴 했다.
불어난 몸무게가 보기 싫다.
내일이면 다시 내려가 있을지도 모르는 그저 '숫자'일 뿐인데도, 늘어난 수치가 그만큼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만 같다.
싫다, 싫어. 썩 유쾌하지 않다.
오늘 지인들과 박찬욱 감독의 '전,란'을 함께 봤다.
오랜만에 마주한 정말 잘 만들어진 수작이었다. 시나리오, 스토리텔링, 캐스팅, 배우들의 연기, 복선 회수 뭐 하나 빠진 게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봐서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영화나 문학 작품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근 일 년 정도는 시선을 주지 않고 산 것 같다.
혼자 보든, 사랑하는 내 사람들과 함께 보든 앞으로는 의식적으로라도 좋은 작품들을 내 마음에 많이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 작품은 여운을 남긴다. 여운은 또 다른 나를 만들어 준다. 나는 그게 참 좋다.
오늘 글에서는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요새 누군가가 날 따라 한다. 그게 누구인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
크게는 나 자신을 보여 주고 사랑하고자 사용한 수단부터, 작게는 그걸 시도하고 표현하는 방식 같은 것들까지.
차라리 내 앞에서 대놓고 '좋아 보여서 본인도 하고 싶다'고 말했으면 좋았을걸. 그랬으면 이런 식으로 내 마음이 상하진 않았을 텐데.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았다는 말을 하기가 싫은 걸까?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우리는 어느 순간 소통의 부재와 겉치레라는 벽에 가로막혔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좋은 걸 가져가고 싶은 마음. 마치 처음부터 본인이 계획하고 생각했던 것처럼 말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그리고 그 마음의 근원을 모르는 게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 마주할 때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한 건 매번 똑같다.
그리고 매번 그 끝의 결말 역시 똑같다.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버리는 것.
그런데 그렇게 남남이 되어서도, 아직도 내가 좋아하고 자주 표현하는 요소들을 가져다가 마치 자신의 것처럼 애지중지하는 사람도 있다.
아~~~ 떠올리니 진절머리 난다. 방금 말한 사람은 딱히 본인의 색이랄 게 처음부터 없는 사람이었지만, 먼저 언급했던 사람은 본인 색이 확고해 보이는데도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게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보통 자존심 상하지 않나. 내가 나만의 색을 만드는 데에 좀 더 열중인 사람이라 그런 걸까.
네가 언젠가 이 글을 읽게 된 후에는 결국 너와 나도 그렇게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려나.
그런 적 없는데 왜 그러냐며 화를 내고, 얼굴을 붉히며 뒤에서 남들에게 내가 못된 사람이라고 말하려나.
아니면 반전으로 사실은 정말 그런 적이 없었다든가. 그럴 확률은 현저히 적고, 나는 내가 느낀 모든 것들을 믿지만서도.
어떤 결말을 맞게 되든 나는 결국 일어날 일이었다며 마침표를 찍을 준비가 되어 있다.
오늘의 글을 적기 시작한 지 벌써 한 시간 삼십 분째가 되어 간다.
평소보다 적은 분량이지만 꽤나 오래 걸렸다. 불편한 얘기를 적다 보니, 아무래도.
웬만하면 좋은 내용을 더 많이 적고 싶은데 불가피한 경우에는 어쩔 수가 없다. 거짓으로 좋은 내용만 적고 싶지도 않고.
음, 아무튼.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또 있다.
<거절>에 대한 것
내가 함께하고 싶은 것을 제안했을 때 거절-완고하게 하든, 에둘러 하든, 말과는 다른 행동으로 보여지든, 어떤 방식으로든-당하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다. 요새는 특히 조금 더 그런 것 같다. 한 번 제안했을 때 반응이 미적지근하거나 딱히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다음 번에는 딱히 제안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전에는 그래도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식으로 몇 번 더 눈치 없는 척 (실제로 눈치라는 게 죽었을 수도 있다···.) 손 내밀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포기가 빨라지는 느낌이다. 이게 나의 방어 기제 때문인지, 아니면 나와는 다른 상대를 전보다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 것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그래서 요즘은 더, 먼저 무언갈 하자고 손 내밀어 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는 거다. 그게 얼마나 용기 있고 빛나는 행동인 줄 아니까.
나는 어떤 사람이 좋을까
적다 보니 정리해서 적어 놓고 싶어졌다.
나는 어떤 사람을 좋아할까?
뭉뚱그려서 대충 그려 놓고 있는 느낌이라 이참에 정리해 보려고 한다.
꼭 이성에 관련된 이상형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인간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엄청나게 자세하게 적을 거다.
이상형을 자세하게 적을수록 그런 사람을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고, 아니, 반드시 만나게 된다고 했다.
오늘 다 적을 수 없으면 야금야금 계속 추가해서 언젠가 최종본으로 완성하고 말 테다.
① 다정하고 섬세한 사람
다정한 사람이 좋다고 계속 얘기해 왔다. 자신이 하는 모든 말과 행동들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세심하게 고민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예민하다' 라고 치부해 버리지만, 나는 다르게 이야기하고 싶다. 예민한 게 아니라 남보다 섬세한 거다. 다른 이의 마음과 감정을 더 잘 헤아릴 줄 아는 멋진 사람이다. 그렇기에 잘못하면 정작 자신에게는 소홀해질 수 있지만, 자기 자신 역시 그 다정함과 섬세함으로 잘 보살필 줄 아는 사람이면 더 좋겠다.
② 티키타카가 잘되는 사람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다. 나와 대화의 티키타카가 잘되는 사람이 좋다. 구태여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대화가 즐거워 서로 시간 가는 줄 몰랐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내가 수박이 좋다고 하면 수박이 왜 좋은지 물어보고, 이유를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자신의 수박에 대한 호불호를 얘기하고, 거기에 본인만의 수박과 관련된 특별한 경험을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밤새도록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까? 물론 이건 단편적인 예시일 뿐이다. 혹시라도 나의 호감을 얻기 위해 진짜 이런 식으로만 대화하려는 사람은 없길 바란다···.
③ 취향이 잘 맞는 사람
여기서의 취향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음식 취향, 음악 취향, 게임 취향 등을 포함해서 적지 못한 여러 취향들 중에 두 가지 이상의 취향이 비슷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건 다른 것들보다 우선순위가 낮다. 취향이 비슷하면 좋지만, 달라도 재미있을 것 같다. 취향이 다르다고 날 배척하거나 멀리하지 않고, 오히려 내 취향은 이런데 너도 한번 같이 해 볼래? 하며 제안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몰랐거나 관심 없던 새로운 취향에도 눈뜰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동시에 자신과 다른 내 취향에 관심을 가지며 이런 것들도 좋다며 함께하려는 사람이면 더 좋겠다.
④ 일상에 내 자리(비중)가 많은 사람
누가 보면 아직 어리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아직, 욕심스럽게도 상대의 일상에 내 자리가 꽉꽉 채워진 사랑을 하고 싶다. 일상을 보내다가 나와 관련된 걸 보면 내 생각을 했으면 좋겠고, 조금 더 나아가 나와 관련된 게 아닌 것을 보고도 나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숨쉴 때마다 내 생각 해 줘! 길 가다 보이는 꽃 보고 내 생각 해 줘! 길냥이 보고 내 생각 해 줘! 이쯤 되면 알지? 그냥 이유 없이 내 생각 해 줘.
⑤ 재는 것 없이 감정에 솔직하고, 가끔은 투정 부릴 줄 아는 사람
기본적으로 내가 감정에 솔직한 편이기 때문에, 상대도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재고 따지는 게 싫다. 적당하면 좋은데, 너무 저울질하는 게 싫은 거다. 피곤해. 어른 같은 사랑? 성숙한 사랑? 나도 알지. 근데 그냥 내가 그게 싫어. 아직 난 사랑에 있어서는 어린 아이이고 싶다. 계산적인 사람에게는 좋아하는 마음이 들어도, 표현하고 싶다가 입 밖으로 나가기 전에 턱턱 막힌다. 나 되게 애교 많고 귀여운 사람인데. 안 그래도 세상에 피곤한 일 투성인데 사랑할 때도 그래야 할까? 내가 사랑에 빠질, 혹은 내게 사랑에 빠질 사람은 계산적인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사랑이 얼마나 숭고한 감정인지 알잖아. 솔직하게 좋으면 좋다, 같이 있으면 같이 있고 싶다 표현해 주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끔은 투정-이를 테면 왜 답장이 늦냐며 밉지 않게 불평하거나, 귀엽게 질투를 표현하는 것이라거나-도 부릴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귀엽잖아. 너무 빈도수 잦은 건 싫고, 잊어 버릴 때쯤 가끔. 그런 솔직함에 귀여워서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수 있을 것 같아.
⑥ 연락이 잘되는 사람
내 연락 잘 받고, 본인도 잘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이유는 4번과 연결된다. 연락이 잘돼야 서로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침투할 거 아닌가. 가장 큰 이유는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을 원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뭐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계속계속 궁금하기도 하고. 잘 잤냐고 인사하며 하루의 시작을 함께 열고, 예쁜 꿈 꾸라고 인사하며 하루의 끝까지 함께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한다.
⑦ 이것저것 같이 하자고 제안해 주는 사람
이건 앞서 '거절' 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과 이어지는데, 내가 뭘 하자고 하기 전에 (물론 나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먼저 여러가지 같이 하자고 제안하겠지만) 먼저 이것저것 같이 하자고 바리바리 들고 오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 리스트를 보고 이거 어때? 이거 좋겠다! 하면서 서로의 취향을 고려하며 함께 고르고 싶다.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인데 뭘 같이 하든 좋지 않겠느냐만은!
⑧ 다투거나 의견 차이가 생겼을 때 회피하지 않고 대화로 '잘' 해결할 줄 아는 사람
거리가 가까워지다 보면 어떤 사람이라도 의견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 회피하지 않고 현명하게, 언성 높이거나 상처 받는 말을 하지 않으면서 조곤조곤히 대화로 풀어 갈 줄 아는 사람이 좋다. 나도 갈등이 생기면 그렇게 해결하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고. 난 회피형 인간이 싫다. 회피하면 당장은 지나간 것 같겠지만, 지나친 모든 것들이 언젠가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뭉텅이가 되어 본인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거 저주 아님. 그냥 사실을 말하는 것뿐이다. 회피형 인간들은 그냥 나라는 사람도 회피해 주길 바란다.
미치겠다.
글 시작을 5 시 45 분에 했는데 지금 11 시 36 분(또 딴 짓 하고 오니까 지금은 12 시 16 분)이다.
중간에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한테 익명 질문이 날아와서 잠깐 뇌정지 왔고, 그거 답변하고 있는데 지인분께서 바람의 나라 클래식 하시는 걸 보여 주셔서 어느샌가 빠져서 봤고, 중간 중간 SNS도 하고, 강아지가 사고친 것들 수습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인간상에 대해 진지하게 적다 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다. 진짜 미쳤나 보다. 요새 패턴이 그냥 180˚도 아니고 270˚ 정도 돌아가 있다. 슬슬 졸려서 일단 겉잡을 수 없이 길어진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오늘의 글은 생각보다 꽤나 알짜가 많다. 이상형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 추가할 예정이다.
내 사람들! 오늘도 모두 사랑해.
행복하고 사랑 가득한 하루가 되자.
오늘은 여기까지.
또 봐!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12-18 (0) | 2024.12.18 |
---|---|
2024-11-20 (0) | 2024.11.20 |
2024-11-11 (0) | 2024.11.11 |
2024-11-06 (0) | 2024.11.06 |
2024-11-05 (0) | 2024.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