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04:27 시작
2025년이 되고 나서 쓰는 첫글이다.
요새 정말 글을 쓰고 싶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피곤한 요즘이다.
하고 싶은 건 많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계획도 있는데, 할 게 많아서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하는 걸 많이 하는 요즈음.
이게 싫으면서도 나름 나쁘지가 않다. 정신이 없고, 할 게 많아서 오히려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어느 날은 그게 참 아쉽기도 하고, 어느 날은 그게 좋기도 하다. 잡생각이 많아도 너무 많은 내가 요새는 생각을 덜 한다.
몇 달간 참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고, 그로 인해 역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몇몇은 내 곁에서 매일 소소하게 행복을 함께 나누고 있고, 또 그 중 몇몇은 나를 스쳐가듯 금방 떠났다. 이유는 모두 제각각이었다. 아직 정확한 이유를 모르는 사람도 있다. 근데 사실 알아 봤자 달라지는 게 없어서, 이제는 딱히 알고 싶지도 않다. 그 사람들이 너무 싫고 미워서가 아니라, 그냥, 이제 귀찮다. 타인을 신경 쓸 여유가 없다. 그들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무슨 마음이었는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고, 궁금하지 않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그래? 그랬구나. 근데 어쩌라고. 잘 가.’ 이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가 내가 기껏 내어 준 자리를 비우고, 나를 떠날 때마다 참 많이 슬퍼하고 울었었는데, 이제는 글쎄. 그것도 하고 싶어서 한 감정 소모라는 알게 됐다. 그렇게 엄청나게 슬프고 힘들었다기보단, 아니, 정확히는 그때 분명 슬프고 힘들기도 했겠지만, 그때는 내가 그냥 그러고 싶었던 거다. 자기 연민하면서 내 슬픔에 취해 있는 게 재밌었나 보다. 이건 내 자신을 비꼬는 게 아니라, 그때는 그렇게 솔직하게 내 감정에 일희일비 할 만큼 에너지가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지금은 그럴 에너지가 없다. 뭐랄까. 이제는 귀찮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장난 수도꼭지마냥 툭하면 울었던 난데, 이제는 눈물도 잘 안 나오더라.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그렇기에 결국 나를 떠난 사람들-을 위해 내 감정을 쓰는 게 아깝다. 시간 낭비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울면 눈 아프다. 눈 아프면 내 할 일 못 한다. 그러니까 그럴 시간에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라도 더 건네고, 잘 잤냐고 아침 인사 하고, 오늘은 이 노래 들어 봐 하면서 노래 추천이나 하겠다.
그 몇 주 사이에 내가 달라진 느낌이 든다. 전보다 염세적이고, 냉소적으로 변했다. 이게 그냥 인간 관계에 지쳐서 잠시 이런 건지, 거기서 많은 걸 깨닫고 내가 많이 변한 건지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다. 아마 둘 다일 거다. 그런데 나는 이 변화가 나쁘지가 않다. 요새는 전보다 더 나 자신을 챙기려고 한다. 좋은 거 하고,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잘 자고. 패턴도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어두울 때 자고, 밝을 때 일어나니까 하루가 길고 기분도 좋더라. 요 며칠은 할 게 너무 많아서 강제로 이 시간까지 못 잤다. 오늘도 그렇긴 한데, 지금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해서 졸린 눈을 껌뻑이며 어둠 속에서 휴대폰 화면을 토닥이며 오늘의 나-의 감정-를 기록하고 있다. 음악은 요새 자주 듣는 언더테일 OST를 듣고 있다. https://youtu.be/0d8R1u4vj1Q?si=U1Ub56ah7DhXYoQY 궁금한 사람을 위해 링크를 첨부한다.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곁에 모닥불이 있는 듯하게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하는 곡이다. 지쳤거나 휴식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꼭 들어 보길 바란다. 방금 이 문장을 적으면서 생각한 건데, 이 곡을 욕실에 크게 틀어 놓고, 따뜻한 물을 욕조에 받아 거품 목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요새 몸이 차가워서 싫었는데 오늘 자기 전에 꼭 해야겠다. 생각만 해도 너무 행복할 것 같다. 상상만 했는데도 몸이 풀리고, 나른해지고, 졸리다. 졸린 건 그냥 지금 내가 졸려서 그런 걸지도~ 온수 매트 온도를 많이 높여 놨더니 뜨끈뜨끈해서 기분이 좋다. 근데 온도를 좀 더 올려야겠다. 이번 겨울이 유난히 추운 것 같다.
혹시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글이 유난히 의식의 흐름처럼 느껴져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지금 피곤하기도 하고, 약간 나사가 빠져 있는 느낌이라. 아무튼 귀여우니까 봐줘. 생각이 뇌를 30% 정도만 지나치고 있단 말이다~….
아, 그리고 글을 쓰면 꼭 적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좋아하던 여자애가 회피형이었다니. 솔직히 놀랐음. 불안형인 줄로만 알았지 회피형인 줄은 몰랐거든. 회피한 이유는 글로 봐서 대충 안다.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걔가 밉거나, 싫지는 않다. 딱히 봐도 아무 감정이 없다. 근데 며칠 전에 걔 글을 보다가 실수로 블로그 구독 취소를 해 버렸다. 그럴 생각 1도 없었는데. 그래서 순간 뇌정지 와서 이걸 구독 버튼을 다시 눌러야 하나 몇 초 생각하다가, 그럼 알림이 또 가는데 그렇게 되면 그림이 이상해질 것 같아서 그냥 놔뒀다. 혹시 마음 상했다면 생각한 그런 이유 아니니까 걱정 말라고 적는 거다. 이제는 내가 굳이 찾아가지 않으면 네 글을 못 보겠지만. 회피한 이유가 뭐든간에 넌 회피한 게 맞잖아. 내가 다시 네 글을 보고, 네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널 걱정해 주고, 예쁜 말들을 해 주길 원한다면 용기 내서 부딪혀. 한 번이 어렵지 그 뒤는 쉬워. 이 정도까지 했는데도 계속 숨는다면 이제 정말 신경도 안 쓰게 될 것 같다. 사실 인간 혐오 MAX 찍은 요즘의 내 상태에서 이 정도까지 신경 쓴 게 기적일지도. 여기까지가 내 최선. 강요는 아니니 편하게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길. 나는 그저 네가 항상 아프지 않길 바랄 테니.
음, 그리고… 요새 함께하는 시간이 부쩍 많아진 그 친구와 있는 모든 시간들이 더 즐거워진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가, 전에는 바라고 기대하지 않았을 것들을 바라게 되어서 나 스스로에게 기분이 나쁘다. 그러니까, 음, 인간에게 어떤 기대를 하기조차 싫은 요즘의 내가 이렇게까지 뭔가 바란다는 게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고, 최근에 겪게 된 일들로 인해 기대하면 실망한다는 전제가 깔리게 되어서 그런가, 기대하기 싫은데 자꾸만 기대하게 되는 게 싫은 것 같다. 이런 사소하고 어이없는 이유로 혼자 그 친구를 미워하기가 싫은 거지, 나는. 그 친구에게 부담이 될 거 같아서 무섭기도 하고. 근데 좀 더 날 찾아 줬으면 좋겠고, 뭐 하냐고 물어봤음 좋겠고, 뭐든 같이 하자고 해 줬으면 좋겠고, 그냥 시덥잖은 말도 붙여 줬으면 좋겠고, 잘 잤냐고 물어봐 줬으면 좋겠는 이런 모순적인 마음은 또 뭘까. 적고 나니까 또 피곤하다. 이런 모순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내 자신도 피곤하고, 그냥 이런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매커니즘의 ‘인간 관계’ 자체가 피곤하다. 그럼에도 이런 바람이 생긴다는 건, 그만큼 네가 나에게 소중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거겠지. 같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밌게 놀잖아, 우리. 근데 너는 표현을 잘 안 하니까 모르겠어. 너도 나랑 있는 거 재밌잖아. 근데 왜 같이 뭐 하자고 말 안 해. 몰라. 말하고 나니까 민망해. 그냥 평생 대놓고는 말 안 할래. 날 찾고 싶으면 찾겠지. 그 반대면 안 찾을 거고. 근데 이 말은 할게. 너 롤 짱 잘해. 롤만이라기보단 그냥 너는 모든 게임을 잘하지만. 너랑 라인전 하는 거 너무 재밌어. 너랑 듀오랭 하면서 협곡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다니까. 말하다 보니까 롤 하고 싶다. 아케인 2화도 이어서 같이 봐야 하는데. 근데 나 배고파. 넌 자고 있니, 지금?
아케인 얘기 하니까 같이 영화랑 드라마 이것저것 보기로 한 그 친구가 생각난다. 요새는 바빠서 같이 있을 시간조차 없지만… 하하. 그래도 오늘 이야기 나누면서 조만간 일 하나 뺄 테니까 기다리라더라. 같이 보기로 했던 거 나 혼자 보는 건 싫었나 보다. 좀 귀엽다. 근데 너 너무 바빠. 바쁜 건 아는데, 네 미디어메이트 신경 좀 써라. 이러다 말라 죽겠다.
가볍게 쓰고 자려고 했는데 시간이 벌써 다섯 시 반이라 이제 자야겠다. 분명 적고 싶었던 말, 마음, 생각들이 많은데 머릿속에 뒤엉켜서 잘 안 나온다. 졸려서 그렇다. 이따가 동생이 아침에 오기로 했다. 오랜만에 엄마랑 셋이 함께 밥을 먹을 것 같다. 너무 무거운 이야기만 하지 말았으면. 네 누나는 나이만 먹었지, 아직 철 없는 어린애란다. 그래도 아프지 말자, 동생아. 걱정된다, 네가. 이따 밥 맛있게 먹자.
잘 자, 나야.
오늘은 좀 더 따뜻하게 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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